병든 건물, 병든 사람들, 사무실이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1970년대,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정부 주도로 공공 건물들을 대거 짓는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 시절 유행은 딱 하나였다. 에너지 절약. 이게 무슨 신념처럼 작동하던 시대였다. 그래서 건물은 어땠냐고? 콘크리트 벽으로 빽빽하게 감싸고 창문은 거의 없다시피. 자연광이 들어올 구석 자체가 없었다. 내부 구조는 트인 공간 없이 다닥다닥 좁은 방들로 쪼개져 있었고, 조명도 최소화. 한마디로 “빛도 공기도 막자” 는 수준의 밀폐형 건축이었다.
당시엔 이게 최신식으로 평가받았다. 정부는 엄청 뿌듯해했고, 언론에서도 “와우~ 에너지 절약의 선두주자!” 라고 칭찬 일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건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파지기 시작했다.
우울감, 집중력 저하, 두통, 만성 피로… 온갖 이상 증상이 퍼졌는데, 처음엔 그냥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인가?” 정도로 치부됐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다 같이 같은 건물에서 일하다가 동시에 병이 난다는 게 말이 되나?
결국 연구자들과 언론이 나섰고,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그 ‘최신식’ 건물 구조 그 자체였던 것. 신문에는 이런 제목이 나왔다.
“내가 병든 이유는 사무실 때문이었다.” 이 한 문장이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그때부터 ‘병든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라는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드디어 깨달았다. 공기질, 채광, 통풍… 이런 거 무시하면 사람이 망가진다. 그냥 ‘좀 불편하다’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몸과 마음이 병드는 수준이라는 걸 그제야 인정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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